나이가 들면서 청력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 과정을 늦추고 귀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귀에 무리를 주지 않는 습관을 들이면 청력 저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노화로 인한 청력 저하를 ‘가볍게 듣고 넘기는 증상’ 정도로 생각하고 방치하면 실제로는 대화 능력이 줄고 사회적 고립이나 치매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조기 관리가 중요합니다.
귀는 외이, 중이, 내이로 나뉘며 이 중 내이에 있는 ‘유모세포(털세포)’가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꿔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문제는 이 유모세포가 한 번 손상되면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강한 소음, 혈류 장애, 노화, 바이러스 감염 등이 원인이 되어 점점 손상되고 수가 줄어들면 결국 청력이 떨어집니다. 많은 경우 50대 이후에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지만 일부 사람들은 30대부터 고음 영역이 잘 안 들리기 시작하기도 합니다.
청력 손상을 늦추려면 무엇보다 소음을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대화는 60데시벨 정도지만 85데시벨 이상의 소음에 장시간 노출되면 청력이 손상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특히 록 콘서트나 공사장처럼 100데시벨을 넘어가는 환경에서는 몇 분만 있어도 귀에 부담이 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음악을 들을 때 ‘80데시벨, 주 40시간 이내’를 권장하고 있으며 콘서트장에서는 반드시 전용 귀마개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합니다. 실제로 일부 귀마개는 소리의 질은 유지하면서 해로운 소리만 줄여주기 때문에 음악 감상에도 크게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또한 귀에도 휴식이 필요합니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는 한 시간마다 10분 정도는 귀를 쉬게 해주는 것이 권장됩니다. 소음이 심한 장소에 다녀온 뒤에는 일부러라도 조용한 공간에서 귀를 회복시켜야 합니다.
청력은 전신 건강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고혈압, 당뇨, 동맥경화 같은 생활습관병은 귀로 가는 혈류를 줄이고 신경에 손상을 일으켜 청력 저하를 가속화합니다. 따라서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 금연과 절주는 귀 건강을 지키는 데도 필수적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꾸준한 유산소 운동은 귀로 가는 혈류를 개선해 노화성 난청을 늦출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동물 실험에서도 장기간 운동이 청력 손실을 지연시키는 효과가 확인된 바 있습니다.
식사에서는 비타민 B군, 비타민 E, 마그네슘, DHA 등이 귀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비타민 B12는 신경 기능을 돕고 비타민 E는 혈액순환과 항산화 작용을 촉진합니다. 마그네슘은 유모세포의 대사를 돕고 DHA는 노화 억제 효과가 있어 생선이나 견과류, 해조류에서 섭취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영양제는 보조적인 수단일 뿐이고 균형 잡힌 식사가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청력 저하를 예방하는 또 다른 핵심은 정기적인 검진입니다. 난청은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본인은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TV 소리를 자꾸 크게 한다거나 전화 통화를 여러 번 되묻는 경우, 시끄러운 장소에서 대화가 잘 안 들리는 경우가 대표적인 신호입니다. 이런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청력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회사 건강검진에서 하는 간단한 검사도 도움이 되지만 더 정밀한 검사는 이비인후과에서 가능합니다. 고주파수 영역까지 검사하면 초기 난청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현대 의학으로는 손상된 청세포를 회복시키는 방법이 아직 없지만 보청기 같은 보조기구를 통해 생활의 불편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요즘은 작고 눈에 잘 띄지 않는 보청기도 많아지고 착용에 대한 인식도 ‘나이 들어 보이는 장치’보다는 ‘삶의 질을 높이는 도구’로 바뀌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청각 손상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생활 습관 관리와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충분히 늦출 수 있습니다. 소음을 줄이고, 귀를 쉬게 하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필요하다면 보청기와 같은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처 방법입니다.